영상 하나 보러 갔다가 사라지는 시간
요약
- 영상 하나 보려고 유튜브를 열었다가, 추천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사라졌습니다. 막아 보려는 시도를 따로 한 적은 없어요.
- 그래서 추천과 쇼츠를 빼고, 내가 고른 채널의 새 영상만 올라온 순서대로 보여주는 화면을 만들었습니다.
- 지금은 새 영상만 보고 끕니다. 원래 하려던 것만 하고 나오는 게 목표였고, 그건 됐어요.
Plainfeed는 고른 유튜브 채널의 새 영상만, 추천과 쇼츠 없이 올라온 순서대로 보여주는 웹사이트예요. 지난 글에서는 이걸 유튜브 API 하루 1만 유닛 안에서 어떻게 돌리는지 적었는데, 이번에는 왜 만들었는지부터 적어 두려고 합니다. 짧아요.
어디서 시간이 사라졌나
딱히 특별한 사건은 없었습니다. 보려던 영상이 있어서 유튜브를 열고, 그 영상을 보고, 그다음에 옆에 뜬 영상을 누르고, 홈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영상이 있고. 그러다 보면 처음에 뭘 보러 왔는지와 상관없는 영상을 한참 보고 있었어요. 알고리즘이 고른 영상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, 재미있어서 문제였습니다.
구독 탭도 답이 아니었어요. 구독한 채널의 새 영상을 위에서부터 차례로 보는 건 됐는데, 다 보고 나면 자동재생이 구독 채널이 아닌 영상을 이어서 틀더라고요. 끝까지 봤다고 생각한 순간에 추천이 뒤로 돌아 들어오는 셈이었습니다. 쇼츠도 사이사이에 섞여 있었고요.
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.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본 글은, 긴 영상 하나 보려고 유튜브를 열었는데 쇼츠와 썸네일 때문에 원래 목적을 잊는다고 했습니다. 습관으로든 소프트웨어로든 방법이 없겠냐는 질문이었어요.
시도하지 않은 것
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방법들을 써 보지 않았습니다. 앱을 지우거나, 알림을 끄거나, 시청 시간을 제한하는 확장 프로그램을 깔거나. 그런 방법은 매번 제가 이겨야 하는 싸움처럼 느껴졌어요. 유혹은 화면에 그대로 있고, 참는 쪽만 바뀌니까요.
대신 화면에서 유혹을 빼면 싸울 일 자체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. 추천이 없는 유튜브. 그게 전부였어요.
그래서 만든 화면
결론: 추천을 뺀 자리에 "시간"을 두었습니다.
- 내가 고른 채널의 새 영상만, 올라온 순서대로 쌓입니다. 누가 고른 게 아니라 시간이 고른 순서예요.
- 쇼츠는 뺍니다. 본 영상은 표시가 바뀌고, 설정에서 숨길 수도 있어요. 그러면 목록이 점점 비고, 비면 끝입니다.
- 플레이어 옆에 다음 영상 추천이 없습니다. 영상이 끝나면 할 일이 없어요. 그게 의도예요.
- 로그인 없이 씁니다. 채널 주소를 붙여넣으면 바로 돼요.
"끝이 있는 목록"이 핵심이었습니다. 추천 피드는 끝이 없어서 그만둘 지점이 없는데, 구독 채널의 새 영상은 하루에 몇 개뿐이라 다 보면 자연스럽게 닫게 돼요.
예상과 달랐던 것
쇼츠가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. 제가 구독한 채널 40개의 최근 영상 590개 중 153개, 26%가 쇼츠였어요(2026년 10월, 지난 글의 실측). 긴 영상을 만드는 채널이라고 생각했던 곳도 사이사이에 쇼츠를 올리고 있었습니다. 쇼츠를 걸러 내니 목록이 눈에 띄게 짧아졌고, 그만큼 "다 봤다"에 빨리 닿게 됐어요.
하지 않은 것
- 시청 시간 제한이나 타이머는 넣지 않았습니다. 보고 싶은 만큼 보되, 끌려가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.
- "더 좋은 추천"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. 추천을 고치는 게 아니라 빼는 게 목적이었어요.
- 유튜브를 대신하려는 것도 아닙니다. 검색이나 탐색이 필요하면 유튜브로 가면 돼요. 이건 구독 채널 새 영상을 보는 창구 하나예요.
마치며
지금은 제가 원하는 채널에 올라온 영상만 딱 보고 끌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. 거창한 변화는 아니에요. 다만 유튜브를 열 때 "뭘 보러 왔지"를 잊지 않게 됐습니다.
다음 글에서는 다시 기술 이야기로 돌아가서, 이 사이트를 Cloudflare 무료 플랜 하나로 운영하면서 D1의 하루 읽기·쓰기 한도를 남이 다 쓰지 못하게 막은 이야기를 쓰겠습니다.